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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대안이 아니다.
글의 내용에 대해 일부는 공감을 하며, 일부는 공감하지 않는다. 필자는 진보신당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지지자로서, 선거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상태임을 미리 밝혀둔다. 1. 진보의 진정한 적은 누구인가?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마피아란 게임을 아시는가? 시민과 마피아를 정해놓고 하루의 낮에는 의논을 통해 한 명을 죽이고, 밤에는 마피아끼리 상의해서 한 명을 죽이는 방식으로 마피아와 시민의 두뇌싸움을 하는 게임이다. 이 마피아란 게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는 의외로 '마피아'가 아니다. 가장 위험한 존재는 동료 시민들을 무차별 지적하면서 사형선고를 마구 내려대는 '멍청하고 활달한 시민'이다. 이들은 마피아보다 훨씬 시민에 암적인 존재이다. 마피아에 좌우되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하면서, 시민들이 마피아를 가려냄에 있어서 치명적인 방해 역할을 자임한다. 자, 이제 현실정치를 들여다 보자. 당신의 눈에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은 진보인가? 아니면 중도적 보수인가? 내 눈에는 잘 봐줘도 그들은 중도적 보수에 불과하다. 결국 틀은 보수라는 것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의 출생을 보자. 그들은 '진보'의 기치를 걸고 등장했다. 386을 위시한 그들을 지지한 국민들 중 상당수는 그들의 '진보적' 성격을 보고 지지했다고 한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진보'의 기치를 들고서 바람을 타고 대통령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실제로는 보수였으되, 진보의 탈을 썼다. 한나라당과 10년간의 기득권을 잃은 극우에 가까운 보수들은 노무현 정권 5년여간 잃어버린 권력을 찾아 절치부심하며, 서로 동조하고 화합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협력했으며, 헌재는 수도가 관습헌법이라는 판결을 통해 참여정권의 날개를 처참하게 부서뜨렸다. 한나라당- 조중동(언론)- 행정부 등 고급관료 - 이익집단 - 사법부 - 재벌의 커넥션은 90년대 이후 아마 최고의 호흡을 맞췄을 것이다. 그들은 논점을 선취했고, 이를 통해 상당한 이점을 취했으며, 언론을 통해 정책의 약점을 부풀리고 장점은 은폐했다. 그런 과정에서 참여정부 5년은 김대중 정부 5년과 합하여 '잃어버린 10년' '좌파 정권 10년'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IMF 말 듣기 바빠서 햇볕 정책 외에는 뚜렷한 기억도 없는 대중 정부나 5년 뒤에 개인신용파산을 막기 바빴던 참여정부에서 좌파적, 진보적 정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실 실패한 부분이 뚜렷하지도 않았건만, 논점을 선취한 이들은 정권을 '실패'로 규정했으며, 그 실패의 이유로 자신들의 '보수(극우)'와 가장 대비되는 '진보'로 잡았다. 이후 여론은 그들의 뜻대로 조종되었고, 진보가 아닌 보수의 실패?에 그 책임은 온전히 '진보'가 지는 사상 유래없는 농락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마피아 게임에서 가장 시민에게 위험하다는 '멍청하고 활달한(보수에게 휘둘리면서 분쟁을 많이 만들어내는) 시민'이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보수 커넥션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여하간 그들(열린우리당-통합민주당) 덕분에 진보는 향후 20년 간 절대 집권하지 못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MB정권은 이 기간을 줄여주고 있다) 진보의 진정한 적은 보수가 아닌 '진보인 척 하는 보수'다. 물론 요즘 통합민주당의 분위기는 '진보'라는 틀을 버린 것으로 보인다. 자기들이 망쳐놓고 이제 불리하다고 벗어던진 꼴이란... 2. 예상 반론) '척'일지라도, 한나라당이 되는 것보단 낫지 않는가? 라고 누군가 얘기할 지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이 반론에 상당한 의구심이 있다. 그 의구심은 이하에서 기인한다. 혹자는 통합민주당을 비판하면 그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이나 '문국현' 같은 이에게 갈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명제에 필자는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먼저 진보신당의 발언(발언이 통합민주당에 대한 얘기로 국한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당 얘기가 주를 이룬다)에 좌우되어서 통합민주당의 지지를 버릴 사람이 진보신당도 아니고, 기권도 아니라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다. 진보인 척 하는 보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결국 보수의 단점을 지적하는 것인데, 그 말에 공감하여 극우로 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 그 정도로 진보신당의 발언에 귀기울여서 지지를 바꿀 정도라면, 그 사람은 되려 진보신당으로 지지를 바꿀 확률이 크다고 본다.(번외로 기권으로 갈 확률이 마찬가지로 높다고 본다) 3. 현실적 고려 물론 진보신당이 통합민주당을 지지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의 구도라면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물론 정치적 이념이나 지향을 차치하고 현실만 본다면 그 말이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에서 하되, 그 눈은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념적 성향이 강한 정당이 자신의 이념을 벗어던지고 이념적으로 대치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정당을 현실적 이유에서 지지하는 것은 그 정당의 지지자에 대한 직무유기이며, 배신행위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후 진보의 색채를 띈 정당이 들어서서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는 데 있어도 이런 전력은 크나큰 흠결이 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진보신당의 당지지도는 고작 2%남짓이며, 지역구 의석도 최대한 3석 정도다. 이런 지지력으로 통합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다.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현실을 고려한 결과가 저 정도라면 그것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그들은 진보적 정당을 한국에서 성립시키고 하는 사람이다. 지난 몇십년을 고난과 고통 속에서 보내면서도 참아왔다. 갖은 모욕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정체성을 너무 쉽게 버리라고 하는 우리가 잔인한 것은 아닐까? 4. 진정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진정한 문제는 이 곳에 있지 않다. 진보신당도, 민노당도, 통합민주당도, (자유선진당도, 창조한국당도, 친박연대도-이들은 보수 성향이라 괄호로 표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저급하기 이를데 없는 수준의 논쟁과 비난을 뛰어넘는 창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MB정권 수립 이후 그 이전 어떤 정권도 하지 않은 삽질을 연이어 했다. 실정이라고 할 수준을 넘어선 모습을 보여왔다. 그 기간 그들은 새로운 논점을 선취하고 한나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회는 이상하리만큼 충분하게 주어졌다. 그들은 그러나 네거티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며, 국민들에게 "이제 우리는 보수 커넥션에 의해 지적받았던 모습에서 벗어난 새롭고 창의적이며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와서 진보 진영 커넥션을 하든 어떻든 선거의 큰 판세는 이미 짜여진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민노당이 지역구를 모두 철회하고 이를 통합민주당으로 밀어준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어보인다. 진보신당은 분당 이후 창당이라는 과정을 촉박한 시간에 해야 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당의 정비가 부족하고 조직력도 부족하다. 그들이 지향하는 이념적 정체가 갖는 매력에 여러 저명 지식인이 동참하면서도 창의적인 논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부족에서 기인한 것임이 분명하다. 민노당은 간판 2명이 떨어져 나갔고, 대북에 있어 그나마 대중과 가까웠던 세력의 분당으로 대국민 이미지 하락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의 부족한 인지도가 그나마 아직까지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바탕으로 보인다) 이 양당은 분당이라는 치명적인 체중조절을 선거 전에 단행함으로써 선거에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통합민주당은 훨씬 비난받을 만하다. 그들에겐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고, 기회가 왔다. 그들은 공천을 통해 쇄신의 이미지를 심어주려 했으나, 찌질한 계파 논쟁이 쇄신의 이미지를 덮어버렸고, 공천 논쟁 와중에 기회와 시간은 이미 저멀리 흘려버렸다. 게다가 '진보의 탈'을 쓰고 있다 벗으려니, 당의 이념적 정체에 합의가 부족한 모습이 여실히 보였고, 이는 결국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조직력을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용했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승리가 될 것이다. 그들은 과반을 넘을 것이며, 복당을 꿈꾸는 이들을 더하고, 자유선진당을 합치면 어쩌면 200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운하 전도사라는 이재오가 떨어지고 몇몇 지구에서 타격을 받는다면, 그들은 아직 진보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는 순간,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보수의 다툼이 '주어진 이익의 나눠먹기' 다툼이라면, 진보의 다툼은 '주어진 보수의 땅에 진보라는 대안을 아로새기는 싸움'이다. 보수에게는 대안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진보에게 대안이란 필수적인 단계다. 모든 일에 양과 음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존에 존재하는 것에 의지하고, 보이는 '음'만 땜질하면 되는 보수와 달리 얼마든지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진보의 길이란 험하고도 어려운 길이다.(더구나 인간이나 제도, 관료, 사회 모두 변화보다 안주를 쉽게 택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라) 그런 험하고 어려운 일을 걸어야만 하는 진보에게 있어 정체성이란 유일한 희망이며, 유일한 동반자다. 그 정체성을 몇 푼 안되는 현실에 버리라고 한다면, 당신의 그 말은, 언제나 붕괴라는 험한 일과 부딪히며 오로지 다가올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진보에게는 너무도 이기적이며, 너무도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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