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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가가 설치고 있다' -----------> '나라가 미쳐 날뛴다'
요즘 이 땅에 많은 말(說)들이 나돌고 있다. 제목 밑에 뚜렷이 써있는 저 말은 요즘 보수 언론, 정권에서 주야장천 해대는 말이다. 일견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일견 거짓일 수 있다. 인간은 거의 대부분 일정 정도의 정신병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정신병으로 판단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정신병은 정신병 전문의라는 전문적 직함을 가진 이들이 판단하게 함으로써, 일견 사회적 수긍을 얻는다. (물론, 정신병의 사회적 수긍은 전문의의 권위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정신병자를 경원시하기 때문이지만, 이는 주내용이 아니므로 생략한다) 그러나 사회 문제나 현상의 경우 이것이 과장된 것인지, 되려 과소한 것인지, 되려 정상인 것인지의 평가는 쉽게 할 수 없다. 아니,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혹자의 눈에 청계천에 몰린 촛불시위대는 '미쳐 날뛰는 군중'들로 보이겠지만, 혹자의 눈에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호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단언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사람일 것이다. 왜냐, 단언할 수 없는 것을 단언하는 자는 무식하거나 사기꾼이거나 혹은 비이성적 신념(이성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자 위의 제목 밑에 있는 굵은 글씨를 한 번 보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말 아닌가? 생각이 잘 나지 않나?(Hint : 1980년 5월 18일 즈음하여 전국 각지의 신문이 저와 유사한 말을 보도했다) '간첩들이 설치고 있다' ------------> '(간첩들의 선동으로) 광주가 미쳐 날뛴다' 자, 이제 떠오르는가?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저 말은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격하하면서 군부정권이 전국에 '광주사태'를 설명한 문언 그대로다. 광주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죽어갈 때, 내 고향 영남에서는 광주에 간첩이 들었단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지역감정 탓이리라. 그리고 그들 중 나이드신 분들 중 다수는 지역감정 덕분에 아직도 그렇게 믿고 계신다. 그런 이들은 영남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전국 대부분이 그 말을 믿었으리라, 적어도 당시는. 그리고 그 덕택에 광주 전남도청 앞에서는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전국의 다른 사람들이 '냉/정/을/ 찾/자/고/말/하/는/순/간/에' 말이다. 오늘 우리는 그와 똑같은 현상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중도나 진보를 지지하는 몇몇 블로거들 역시 국민들의 행동에 대해 심각히 염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눈에는 황우석이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몇몇은 황우석을 분명히 연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나는 다른 면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일종의 Event성 사건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명백히 다르게 보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결코 일종의 Event성 사건이 아니며, 고작 2개월 동안 다른 정권들이 정권 내내 할 실정들을 거듭해 온 이명박 정부에 대해 축적된 분노와 감정의 표출이다. 다만 그것이 광우병 사태를 기점으로 표출된 것일 뿐이다. (국민들은 2개월동안 오렌지 에피소드로 시작한 영어몰입교육을 기점으로, 강부자 고소영 내각, 0교시와 우열반, 대운하, 건보 민영화, 쇠고기 협상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모두 참아왔다. 실소만 자아내는 오렌지로 이미 혈압이 상승했고, 어처구니 없는 인사와 부자정부(사회에 있어서의 양극화), 교육에 있어서의 양극화를 인내했고, 심지어 국토를 두동강 내는 대운하에 대해서도 인내했다. 그러다 가족이 '아프면' 끝장나는 건보 민영화에서 들끓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프게 해주겠다'는 쇠고기 협상에서 폭발한 것일 뿐이다.) 그들의 말처럼 광우병의 위험이 과대포장되어 넷상을 떠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대포장된 위험만이 지금 현재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과대포장되었다고 하는 위험의 내부에 우리는 Fact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 들끓고 있는 국민들이 하등의 Fact에도 의존하지 않고 단순히 과장된 위험에만 충동질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체 국민들을 어느 정도로 우습게 아는 것인가? 지금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0.1% 정도밖에 안 된다. 나름의 지식과 행동력을 갖추고 움직이고 있다. 얼마나 우월하기에 그들을 '과대포장된 위험'이나 '군중심리'에 충동질되었다고 말하는 것인가?) 더불어 알고 있는가? 황우석 사태때도 사람들은 황우석이 '만들어낸 거짓된' Fact에 열광했다. Fact 없이는 설명력도 없고, 정당성 역시 구축될 수 없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 Fact다. 분명히 걸러내고 싶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차후의 일이다. 우리가 우선해야 할 것은 쇠고기 재협상이지, 광우병 위험 중 과대포장된 부분을 걸러내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재협상이 결정된 뒤에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국가 간 협상이 끝난 것을 재협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지금 결집된 민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무엇이 우선인가? 머리를 식히자고?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루어졌는지 모르고 하는 말인가?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에서 '과대포장된 위험이나 군중심리에 의해 사람들이 좌우되고 있다'라고 하는 말은 이 나라의 국민들을 무시하고 모독하는 언사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지해줄 때는 영명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반대편에 서면 '우민'으로 변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블로거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국민들은, 그것도 자신의 주말을 반납하면서 거리에 나와 움직일 정도의 국민들이라면, 충분히 어느 정도의 지식과 자신의 주체적인 사고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한 다음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한다. 탄핵 때도 촛불시위가 많이 있었지만, 효순이 미선이 사건때는 무려 10만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었지만, 선동이라는 말이 쓰여지지 않았다. (물론 조중동 열외) 첨언) 사실 필자의 견해는 이것보다 좀 더 나아간다. 나는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나온다한들 그게 무엇이 해로운지 인식하지 못하겠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들을 돌이켜보면, 나의 글이나 언행, 행동이 모자라고 부족해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그 때일 뿐, 지금은 그 부끄러움을 바탕으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애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은 돈으로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발한다. 우리나라처럼 척박한 교육 환경에서 '봉사활동 이후에 시위에 참가할 거에요'라고 말한 학생은 가히 대단해보일 정도다. 시위에 참가한다는 것, 그것이 축제의 형태든 집회의 형태든, 그 자체로 그 학생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경험하고 있는데, 무엇이 해롭고, 무엇이 문제가 될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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