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촛불집회가 나아가야 할 길.

농식품부에서 미국 측에 쇠고기 30개월 이상 부분에 대해 수출중단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한다.

자, 진짜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1. 왜 물러났을까?
2. 이명박 정권 다른 정책들에 대한 문제
3. 이명박 정권의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
4. 쇠고기 협상을 통해 본 여론 불수렴으로 인한 비효용 문제
5. 연대의 문제

1. 왜 물러났을까?
왜 물러났을까?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저들의 저의를 먼저 의심해야 할 만큼 다소간의 의심병이 생긴 듯 하다. 내가 왜 저들 때문에 의심병까지 생겨야 했는지,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하다. 그러나 저들은 무기 하나 없이 오로지 맨손에 촛불 하나 든 이들을 상대로 물대포를 쏘고, 연일 연행을 했으며, 방패로 찍어대고, 그 구시대의 산물인 백골단을 어제, 그제까지 투입했다. 그런 그들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는데, "아, 이제 우리의 뜻에 귀를 기울이는구나!"라고 안도하는 것은 순진함이라기 보다는 어리석음에 가까울 것이다. (당신에게 매일 때리는 폭력남편, 양아치 친구가 어느날 내 뜻을 받아들여주면, 기쁜가? 아님 다음의 일이, 그 숨겨진 저의가 두려운가?) 또 때를 맞춰 6월 4일은 전국 보궐선거가 있는 날이다. 때가 맞아도 이렇게 맞을 수가 없다. 게다가 명문으로 합의해 놓았다가 이제와서 하는 말이 기껏 '요청'이라면 그 저의는 더욱 의심스럽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요청'이라는 말도 우리가 저들의 저의를 의심하게 만드는 바이기도 하다.
물론, 저들이 우리의 의사에 '복종'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절대,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2. 이명박 정권의 다른 정책들에 대한 문제
집회를 나가보신 적 있는가? 필자는 6월1일 일요일 집회에 다녀왔었다. 집회에서 구호를 들어보면, 고시철폐-협상무효라는 구호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다시 말하면, 집회의 관심을 끌어온 동기가 쇠고기 협상일 수는 있지만, 집회를 크게 만들고 유지해온 동기는 비단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수도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도 민영화로 수혜를 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코오롱 워터의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라고 한다. 우리 해군의 주요 기술을 갖추고 있던 대우조선이 매각되려할 때, 매입하려던 측은 우리의 조선기술을 탐내고, 잠함기술을 탐낸 중국 측이었으며, 이 중국 회사의 자산관리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척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건보민영화, 대운하, 각종 민영화 등등 이명박 정권의 다른 정책들은 이미 산적해 있다. 과연 쇠고기 협상에서 저들이 다소 물러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대부분의 주요 정책들은 친기업적인, 소위 '재벌 후렌들리' 정책들이다. 소위 1%를 위한 정책뿐, 그 어디에도 뭇 사람들을 위한 90%를 위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쇠고기 협상만이 문제인가?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대로, 쇠고기 협상을 국민들 뜻대로 (복종?/양보?)한다면, 그들은 다른 정책 문제들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뜻에 순순히 (복종?/양보?)할 것인가? 그들이 (복종?/양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새로운 집회를 해야만 하는 것인가?

(복종?/양보?)로 표기한 것은 복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집회참여자들일 것이지만, 정권의 사람들은 양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이명박 정권의 소통 부재에 대한 문제
이명박 정권의 기본 문제는 소통의 부재이다. 쇠고기 협상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는 위의 다른 정책들에 대한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 이명박 정권의 정책들은 하나같이 정책학 책에 나오는 '동원형'의 유형이다.(정책결정자(소위 윗대가리)들이 정책을 다 정하고 그걸 국민들에게 정치선전 등을 통해 지지를 구하는 방식) 사실 동원형의 기본 맥락은 엘리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국민, 대중들보다 정책결정자들이 더 잘 알고, 더 합리적이므로 그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결과를 낫는다는 식의 사고방식인데, 이런 사고는 현대 사회처럼 개인의 개성, 의사가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부합하기가 어렵다. 물론 외교정책이라든지, 국방과 같은 극히 전문적이고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경우(극비가 많은 경우) 엘리트주의적 정책결정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지만, 각종 민영화와 현정권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주요 정책들은 국민의 의사가 정책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음에도 그런 부분의 고려가 부족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현정권의 주요 정책들이 국민의 생활과 너무도 밀접하여, 정책의 영향력과 대상자들이 국민 전반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채, 엘리트주의적으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이명박 개인의 소영웅주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홀로 자수성가했다는 평가를 받는 CEO로써 이명박은 다른 누구 이상으로 이 소영웅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정권 수립 후 100일 간의 행보는 이 사람이 얼마나 이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혀있는지 익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가 60평생을 관철해온 소영웅주의를 포기하고 촛불집회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촛불집회의 연이은 강경 진압(그가 중요성을 알았다면, 강경진압을 막았어야 했다), 그의 언행(배후는 누군가? 초는 누가 대주나? 등)을 보건대, 그런 순진한 희망은 말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4. 쇠고기 문제로 본 여론 불수렴으로 인한 비효용의 문제
이명박 정권을 꿰뚫는 한 단어는 '실용'이다. 그러나 돌이켜 묻건대, 쇠고기 협상은 그 자체가 '비실용, 비효용'이었다. 먼저, 쇠고기 협상 자체도 미국 측에 질질 끌려다닌 초등학생도 마다할 정도의 '비효용'적 협상이었으며, 둘째, 국민에 대해 협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음으로써,(즉 위에서 언급한 동원형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사실, 내용조차도 알리지 않음) 국민스스로가 찾아나섬으로써 만인이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학위를 받아도 될 정도로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게 하여 '비효용'을 낳았으며(전국민이 쇠고기에 집중해서, 자신의 일 등에 쏟을 시간과 역량을 앗아감) 셋째로, 줄곧 국민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연일 역량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최악의 '비효용'을 낳았다.
만약 제대로 된 '실용'이었다면, 일본처럼, 쇠고기 협상을 우리가 주도하여 하나의 '실용'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실과 내용을 고지하여 둘째의 '비효용'을 제거하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수용하여 셋째의 '비효용'을 제거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현정권은 이런 제과정에서 독단과 아집에 휩싸여 자신의 모토와는 완전히 다른, 아니 그 반대의 '비효용'만 양산했다. 이는 일평생 개인과 사기업의 '사익추구'만을 목적으로 해 온 이의 '실용, 효용'이 국익과 국민 모두를 배려해야하는 배려의 '실용, 효용'과는 완연히 다르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이기도 하다.

5. 연대와 문제와 촛불집회의 미래
본디 '연대'란 무수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간 군상들이 그 중 한 가지 일이나 사안에 대해 동일한 사고를 가질 경우, 그 사고의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동일한 사고에 기반하여 그 뜻을 이루기 위해 함께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인간의 사고는 동일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사안에 대한 동일성으로 뭉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지금의 촛불집회만 하더라도, A는 쇠고기 반대, 이명박 반대이지만, B는 쇠고기 반대, 이명박 미정, C는 쇠고기 모호, 강경 진압 반대 등 다른 사고에 의해서도 동일한 행동, 표출을(촛불집회의 형식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럽고 동시에 당연한 연대의 모습이다. (보수 언론 및 혹자는 이런 연대에 대해서 이합집산 등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와 모든 사안에 대해 동일한 생각을 하는 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런 보수 언론 등의 논지에 따르면 연대란 결코 존재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연대의 경우, 치명적인 문제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연대의 속성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사고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위에서 C는 강경 진압이 사라지거나 은폐되면, 집회에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현재의 "30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지 '요청'"은 이런 연대의 속성이자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연대를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촛불집회는 이런 약점을 지니고 있는 연대의 모습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권이나 여당, 보수언론의 교묘하고 악랄한 선동과 전략에 이 연대의 결속력이 와해되지 않을까 두렵고 걱정된다.

현재 이명박 정권이 시행하는 정책들 대부분은 대한민국 1%를 위한 정책이다. 아울러 현재 촛불집회를 구성하는 이들은 대한민국 90%이다. 그런 우리 90%는 1%를 위한 모든 정책들에 대해 우리의 의사를 절실하게, 적확하게, 명확하게 표현해야만 할 것이다. 언제나 우리가 그에 대해서 Veto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그들에게 보다 강력하게, 단결된 의사로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드디어 뭇 사람들이 목놓아 말하듯이, 대한민국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이며, 이 땅의 주인은 국민임을 말이다.
이와 같은 촛불집회는 전대미문의 것,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라고 할 것이기에, 그 방향이나 길이 어떻게 될 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 나라를 위기에서부터 이만큼으로나마 이끌어 온 이 땅의 시민들을 믿는다. 그 어떤 순간에도 굴하지 않을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의 민족성을 믿는다.

며칠 전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나는 내 친구 녀석에게 자랑스럽게 문자를 한 통 보냈다.
"나는 지금 가장 평범한 시민들의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를 보고 있다"

p.s 대한국민 만세! 민주주의 만세!

by 蒼天 | 2008/06/03 13:01 | 短想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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