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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의 강점은 무정형성이며, 다주체성(모든 이가 주체라는 의미), 비폭력성과 여론입니다.
그러나 이 강점은 장점인 동시에 촛불시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언제나 두려움과 염려심을 가져왔습니다. 논의를 관통하는 전제로서, 연대는 어려우나, 분열은 쉽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진합니다. 첫째로 무정형성은 자율성에서 비롯되어 촛불시위 참여자들의 다원적인 생각을 잘 담아왔습니다만, 결정적으로 목표와 목적, 다음 단계 설정에 필요한 의사 결정에 있어서 장애를 가지고 왔습니다. 더불어 시위 자체가 연대이기 때문에, 앞의 전제에 따르면, 분열에 대한 끝없는 걱정으로 인해서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구축하기 보다는 두리뭉술한 결정만을 내리고, 세부결정 사항은 임의대로 이뤄지게 놔둘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저해시키고, 시위 자체의 역량을 결집시키기 보다는 여러 방향으로 낭비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여론입니다. 여론은 촛불집회의 기반으로서, 현재의 촛불집회가 이렇게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론은 언제나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든든한 기반이기가 어렵고, 따라서 우리는 이 여론의 향방에 끝없이 주시해야만 하며, 결정적으로 '가상적인 여론의 향방'에 따라서 우리의 의사 결정을 제약받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 현재의 여론이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것은 두 가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촛불집회의 비폭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 중 하나, 특히 그 중에서도 시위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비폭력이 흔들리게 되면, 언제라도 양비론이 등장하여 여론을 흔들 수 있고, 이는 시위와 집회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다주체성입니다. 다주체성은 모두가 공평하게 동등하게 참여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자체의 합리성을 도출해내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주체마다 연대를 하는 목적과 생각, 동인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 다주체성으로 인해서 시위나 집회의 성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다주체성을 비판하거나 부정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다주체성의 지나친 강조로 인해서, 집회나 시위의 주관자 내지는 집행의 편의를 가져올 수 있는 집단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시위대 자체의 부정적인 시각이 생겼고, 이를 통해 여론에서도 그런 집단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를 잠재적으로 가지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향후 시위나 집회의 발전방향을 논의함에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런 집단을 형성하게 될 경우(10만이 다 모여서 발전방향을 정할 수는 없으므로) 얼마든지 조중동 등에서 이를 좌빨이나 선동단체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촛불집회의 강점은 어느새 촛불집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발목을 잡는 기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촛불집회에 대해 지나치게 순수성(정치적인 부분에서 더더욱)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족쇄를 채워버렸기 때문입니다. 광장과 집회는 정치성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음에도 스스로 정치성을 배제하는 듯 하게 출발해버렸고, 정당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순수성을 이용했기에,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성을 드러내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편견과 싸워 이겨내야만 합니다.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이제 촛불집회의 정치성을 드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집회를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행보에 대해 인터넷이라는 열린 광장에서 토론하고 민의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장마철이 오고 있으며, 정부는 강경책에서 유화책으로 언제라도 돌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얼마든지 양비론 등으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습니다. 동력을 집결시키고, 역량과 에너지가 외부로 허투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축제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 투쟁을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전자만을 강조하여 정당성을 얻었지만, 후자를 부정하는 즉시 이 촛불집회를 유지하는 동력과 방향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만 합니다.(시위장에서는 이명박 아웃을 외침에도, 온라인에서는 이 정치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저는 이 촛불집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자 했으며, 지켜볼 것입니다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더 유연한 자세라고 할 것입니다. 저들은 단지 침묵하기만 하면 되고, 우리는 부단히 움직여야만 합니다.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대결에서 알리는 포먼의 강펀치를 정확한 가드로 막으며 포먼이 지치기만을 기다리다 체력이 떨어지자 그 때부터 공세에 나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우리의 체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겠고, 동력이 무한한지 의문스러운 저로서는, 알리처럼 가드만을 하는 현 정권이 두렵고 또 국민의 동력에 의문을 갖는 제 자신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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