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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름 계절학기의 마지막 시험이 있다.
2008년 8월의 학위수여식 전까지 나는 여전히 이 학교의 학부생으로써 자리하고 있겠지만, 오늘의 시험이 끝나면, 공식적인 나의 대학생 생활은 끝을 맺는다. 좋았는지, 나빴는지, 효율적이었는지, 비효율적이었는지... 알 수 없다. 재어보려 해도, 채 제대로 잴 수도 없겠지만, 나의 길다면 길었던,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웠던 대학 생활은 아마 오늘의 순간과 함께 끝을 맞으리다. 이제 기껏해야 내게 잘 해줬던 법대 아주머니에게 음료수 한 병 선물한다던지, 지도교수님께 그간의 감사를 표하는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사실 얼마나 이 곳을 떠나고 싶었던가. 얼마나 졸업을 회피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보다 더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가슴 한 켠에 느껴지는 이 짠함은 뭐라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지나간 시간들, 사람들, 흔적들, 실수들, 후회와 아쉬움이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외친다고 해서 들릴리도 없고, 잡으려 한다 해서 잡을 수 있을 리 만무한 그것들의 지나간 자욱에는 오로지 공허함만이 나를 반기고 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해 고시생인 나는 졸업을 한다고 해서 이 곳을 떠날 형편은 아니다. 여전히 몸은 이 곳에 메어 있어야 하는 탓에 혹 왠 주제 넘는 감상이냐고 핀잔을 준다고 한들, 채 반박할 말이 딱히 없다. 그러나 어디 감정이란 게 논리로 갈무리되는 것인가. 그냥 서글프고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엇이 그렇게 내게 부정적인 감상만을 남기는 것일까? 채 제대로 된 배움이 없었다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남들이 목숨거는 학점 하나하나에 아쉬움을 갖지 않으면서도...좋은 친구들을 얻었고, 좋은 스승을 만나보기도 했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얻기도 했으면서... 잘 모르겠다. 혹 어쩌면 단지 내 지난 인생의 1/4이 어떻게든 흘러간 사실 그 자체가 아쉬운 건지도 모르겠다. 물 흐르듯 지나온 시간 동안...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주위의 벗과 후배와 룸메이트를 떠나 보내야 했고, 내 스스로의 인생의 굴곡을 헤아려야 했다. 그 와중에 발을 헛디디기도 하고, 상처를 부풀려 키우기도 했으며, 잦은 어리석음과 부족함으로 고생하곤 했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지나온 대학의 길은 잘 포장되어 멋진 차들이 달리는 고속도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엄한 비포장도로나 투박한 국도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속도감 대신 국도나 비포장도로에서 달리면서 나는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내가 얻지 못 했다 하더라도 그 국도나 비포장도로는 내게 '무언가'를 주었을 것이다. 내가 아쉬운 것은 그 고속도로의 속도감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국도나 비포장도로를 선택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이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둘 모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고속도로의 속도감을 느끼지 못 해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국도를 선택하고도 그 이점을 채 누리지 못 하는 어리석음에 아쉽기도 하다. 그 긴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렇게도 답을 못 내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하지만...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 물 흐르듯 지나온 시간 동안...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잘 버텨온 그 시간 동안...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 2003-13169, 수고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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